JTBC ‘기적의 형제’(극본 김지우, 연출 박찬홍, 제작 MI, SLL) 정우의 대사는 촌철살인이다. 있어 보이고 싶어 유식한 언어로 ‘아무말 대잔치’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잘 살펴보면 맞지 않는 말은 없다. 특히 어쩌다 한 집에서 같이 살게 된 ‘동생’ 배현성에게 쏟아내는 잔소리가 그렇다. 그 안엔 자신이 소설을 훔쳤다는 비밀을 지키려는 의도가 있지만, 그의 ‘슈퍼 파워’가 ‘재앙’이 되지 않도록 사람들로부터 지켜주려는 속 깊은 마음도 있다. 그리고 기억을 잃어 세상을 잘 모르는 동생에게 사람과 인생이 무엇인지 알려주려는, 뼈 있는 통찰 역시 엿볼 수 있다.
#1. “인간 자체를 믿지 마. 인간은 똥이야.” (2회)
동주는 강산(배현성)에게 타인의 고통을 보고 듣고, 순간이동을 하거나 염력도 발휘되는 특별한 능력을 절대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사람들이 강산을 이용하려 들 거라는 이유에서였다. “형은 믿어도 되냐”는 반문엔 “(나도) 이용할 확률 200%”라고 ‘양심 고백’(?)하며, “인간 자체를 믿지 마. 인간은 똥이야”라고 충고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이유에 대한 제 발 저린 고백과 함께 ‘슈퍼 파워’가 ‘재앙’이 되지 않도록 강산의 안위를 걱정하는 동주의 마음도 반영된 명대사였다.
#2. “인간이 그렇게 단순한 줄 아냐? 누구나 다 자기 안에 선악이 공존한다.” (4회)
강산의 초능력은 특히 친모의 끔찍한 학대에 방치됐던 아이를 봤을 때 더더욱 극에 달했다. 어렸을 때 기억이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아이 엄마가 스스로 목을 조르게 만들었던 강산은 후에 “진짜로 죽이려 했다”는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동주는 “너한테 특별한 능력이 있다 해도 남의 인생을 바꾸는 건 월권”이라고 강산을 나무랐다. 또한,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을 극과 극으로 생각하는 건 잘못이라는 점도 힘주어 말했다. “이분법적이고 편을 가르는 편협한 생각이 혐오를 부추기고 인간을 좀스럽게 만드는 거야. 인간이 그렇게 단순한 줄 아냐? 누구나 다 자기 안에 선악이 공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스스로도 괴물이 되는 것 같다던 강산을 일깨운 한마디이기도 했다.
#3. “기억이란 게 아주 못됐거든.”(4회) → “그러니 좋은 기억만 만들며 살라고 신이 준 기회.” (6회)
동주는 기억을 잃은 강산이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다. 잊어버리고 싶고, 지우고 싶은 기억도 없으니, 이제부터 좋은 기억만 쌓으면 되기 때문이다. “기억이란 게 아주 못됐다”라며, “기억하고 싶은 기억은 희미해지고, 잊고 싶은 부끄러운 기억은 자꾸만 앞으로 튀어나온다”는 동주의 ‘웃픈’ 설명은 누구나 경험해 봤을 공감 200%의 대사였다.
하지만 강산은 간절히 기억을 찾고자 했다. 나쁜 기억이든, 좋은 기억이든, 그게 전부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억 속의 형을 찾고 싶었다. 소설과 관련된 자신의 비밀이 세상에 드러난다면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질 게 뻔한 동주는 이를 막아야 했다. 소설에 얽힌 이하늘, 즉 강산의 형과 관련된 미스터리 역시 알아서 좋을 게 없었다. “알면 알수록 불편한 게 진실이다. 남의 고통 끌어안고 오지랖 떨지 말고 너만 생각하고 살라”며 강산에게 강력하게 맞선 이유였다. 동주의 말대로, 어쩌면 강산에게 기적이 일어난 건, “이제부턴 좋은 기억 만들면서 행복하게 살라고 신이 준 기회”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강산에게 어떤 기억들이 쌓여갈지 역시 궁금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적의 형제’는 매주 수, 목 밤 10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
<김미진 기자 news@purpress.co.kr - ⓒ e뉴스페이퍼.,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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