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공식포스터 ©공간풀숲
재단법인 숲과나눔(이사장 장재연)은 2026년 10월 1일(목)부터 24일(토)까지 서울 종로구 사직동 공간풀숲에서 이진경 개인전 《어쩔 수가 없이 뜬 돌》을 개최한다. 이진경은 현대 소비사회의 필수품이 되어 버린 비닐과 스티로폼처럼 쉽게 소비되고 버려지지만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물질을 소재로 작업해 왔다. 이번 전시는 일상에서 쏟아져 나오는 비닐을 기록한 초기작부터 바닷가로 떠밀려 온 스티로폼 부스러기로 돌을 빚은 신작 <시시포스의 돌>(2026)까지, 10년에 걸친 작업의 궤적을 한자리에 펼쳐 보인다.
전시 제목은 신작 <시시포스의 돌>에서 비롯됐다. 혼합재료와 22분 길이의 영상으로 이루어진 이 작업에서 작가는 해변에 흩어진 스티로폼 부스러기를 하나하나 주워 씻고, 한숨을 섞어 굴려 돌을 빚은 뒤 다시 바다에 내려놓기를 되풀이한다. 끝없이 밀려드는 해양 쓰레기 앞에서 이어지는 이 행위는, 산꼭대기로 밀어 올린 바위가 번번이 굴러떨어지는 형벌을 견뎌야 하는 시시포스의 노동을 닮았다.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일회용품을 쓰고 버리기를 멈추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돌의 형상을 하고도 물에 뜨는 스티로폼, 곧 ‘어쩔 수가 없이 뜬 돌’은 숱하게 반복되는 현대 사회의 풍경을 함축한다.
이진경의 문제의식은 일상에서 출발했다. 작가는 <Home, Sweet Home>(2016~2017)에서 거의 매일 배출되는 일회용 비닐을 모아 촬영했고, <진경산수(盡景山水)>(2020~) 연작에서는 검은 비닐봉지를 전통 산수화의 형식으로 재구성해 왔다. 작품은 언뜻 한 폭의 수묵 산수화처럼 보이지만 실은 검은 비닐봉지 무더기다. 한 번 쓰고 버려진 비닐봉지는 분해되기까지 수백 년이 걸린다. 산(山)과 강(江)의 유구함처럼, 그것은 썩지 않고 어딘가에 남아 있다. <진경산수>가 보여 주는 것은 겸재 정선의 ‘진경(眞景)’이 아니라, 더는 어찌할 도리 없이 끝에 다다른 ‘진경(盡景)’, 곧 플라스틱이 만든 진풍경이다.
전시는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작업의 흐름을 시간순으로 따라간다. 장바구니에서 나온 비닐을 색깔별로 모아 한 화면에 응축한 <RED>, <YELLOW>, <BLACK> 연작, 아파트 공사 현장을 2년 넘게 기록한 아티스트 북 <보이지 않는 집>, 검은 비닐봉지로 산수를 펼친 <진경산수(盡景山水)>, 스티로폼 부스러기로 만든 <Stone>, <Zen Stone>, 그리고 신작 <시시포스의 돌>까지, 사진과 영상, 설치를 아우르는 작업들이 전시장을 채운다. 흰 배경 위에 놓인 <Stone> 연작의 매끈한 돌들이 스티로폼이라는 사실은 사진만으로는 좀처럼 알아챌 수 없다. 돌처럼 보이지만 물에 뜨는 스티로폼은 자연의 시간을 거쳐 자연의 형상을 얻었으면서도 끝내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비운의 인공물이다.
전시 제목의 ‘어쩔 수 없음’은 단순한 체념을 뜻하지 않는다. 해마다 심해지는 폭염과 녹아내리는 빙하, 폭증하는 에너지 소비와 폐기물 같은 거대한 환경 문제 앞에서 개인의 행동은 쉽게 무력해진다. 그러나 작가에게 ‘어쩔 수 없다’는 감각은 포기의 이유인 동시에 작업을 멈출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바꾸지 못할 것 같아도 스티로폼을 줍고, 이미 늦었다고 느끼면서도 다시 작업으로 돌아오는 반복 속에서, 이번 전시는 환경 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모순된 마음을 돌아보게 한다. “끊임없이 실패하더라도 멈출 수 없는 숙명을 안고 살아가기로 한다.”(작가 노트 중)
오프닝 리셉션은 10월 1일(목) 오후 5시 공간풀숲에서 열린다. 10월 14일(수) 오후 4시에는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작업의 흐름을 작가에게 직접 들을 수 있는 아티스트 토크가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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