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 76 50주년 기념 공연의 포문을 여는 연극 ‘리어의 역’이 전체 캐스팅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이번 작품은 배우와 역할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을 그린 메타극으로, 무대 위 ‘리어’와 현실 속 배우의 삶이 교차하는 강렬한 서사로 관객을 만난다.
극단 76단은 1976년 창단 이후 50년간 현실 참여와 집단 창작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한국 연극을 대표하는 극단이다. 현대 연극사에서 민중 연극과 사회참여 연극의 주요 흐름을 형성해왔으며, 극단 체제를 유지한 채 반세기 동안 창작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연극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동시대와 호흡하는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이번 공연은 제작사 주다컬쳐와의 공동제작으로 진행된다. 극단 76단이 한국 현대 연극사 속에서 민중 연극과 사회참여 연극의 흐름을 형성하며 깊이 있는 미학을 구축해왔다면, 주다컬쳐는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말리> 등 창작 뮤지컬로 대중성 있는 공연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도 ‘스토리켓’, ‘1번출구 연극제’ 주최 등 지속 가능한 공연생태계 조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지속해오고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지향을 가진 두 주체의 만남은, 연극계 세대 간 창작의 접점을 확장하고, 실험연극이 동시대 관객과 밀접하게 호흡할 수 있는 작품 구조를 실험한다.
<리어의 역>은 셰익스피어 ‘리어왕’을 모티브로, 한 배우의 삶과 역할이 뒤섞이는 순간을 그린 작품이다. 30년간 리어왕을 연기해 온 배우가 치매로 무대를 떠난 뒤, 자신의 이름을 딴 극장 아래 공간에 머물며 과거와 현재, 현실과 연극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펼친다. 작품은 “내가 리어를 연기하는가, 아니면 리어가 나를 잠식하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기억과 환각, 그리고 죽음에 대한 사유를 밀도 있게 담아낸다.
이번에 공개된 캐스팅은 연극 무대에서 오랜 시간 축적된 연기 내공을 지닌 배우들과, 뮤지컬‧방송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활동해 온 배우들이 한 무대에 만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리어 역에는 연극 <해롤드&모모>, <에어콘 없는 방>, <피카소 훔치기> 등 무대를 중심으로 굵직한 작업을 이어온 배우 홍원기, 연극 <광해–왕이 된 남자>, <숨비소리>, <날 보러 와요> 등에 출연하며 탄탄한 연기력을 쌓아온 김왕근이 광대로 참여한다.
첫째 딸 역에는 연극을 기반으로 <더 글로리>, <조선 변호사> 드라마 등에서 존재감을 보여온 정아미와 뮤지컬 <상하이 1932-34>, <아브라소>, <유섬이> 등에서 섬세한 감정 연기로 주목받아온 오화라가 참여한다.
둘째 딸 역에는 드라마 <비밀의 숲>, <도깨비>, <경이로운 소문> 등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쌓아온 김소라와, 뮤지컬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관부연락선>, <접:변>, 이프/덴> 등으로 참여한 전해주가 이름을 올렸다.
또한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폭싹 속았수다>, <SNL코리아 시즌 6> 등 다양한 매체에서 활약해온 서혜원이 5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해 기대를 모으며, 더블 캐스트로는 <카포네 트릴로지>, <블랙메리포핀스> 등에 출연한 박주아가 함께한다.
이와 함께 창작 뮤지컬 무대에서 <더 픽션>,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으로 활약해온 정이운과, 뮤지컬 <적토>, <퍼스트맨:카뮈가 남긴 마지막 이야기>, <협객외전> 등에 출연한 전우형이 사위 역으로 합류하며, 나란히 연극 무대에 첫 데뷔를 한다. 두 배우의 신선한 에너지가 작품에 새로운 활력을 더할 예정이다.
연극 무대에서 굵직한 작업을 이어온 선배 배우들과, 뮤지컬과 방송을 넘나드는 후배 배우들이 함께하는 이번 ‘리어의 역’은 극단 76의 50주년 기념 공연의 첫 시작을 여는 무대로서, 세대와 장르가 교차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특히 창단 50주년을 맞은 극단 76의 기념 공연을 주다컬쳐가 함께 제작하며, 한국 연극사의 중요한 흐름 위에 동시대 제작사의 역할을 더하는 작업으로 주목된다.
전통과 동시대성이 교차하는 새로운 창작의 장을 펼치며 한국 연극의 또 다른 확장 가능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되는 연극 ‘리어의 역’은 극단 76을 이끌어온 기국서가 연출을 맡았고, 총괄프로듀서 이규린, 예술감독 임정혁, 협력 연출 서민균이 함께한다. 공연은 6월 4일부터 7월 5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