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칼럼] 사람을 살리는 방송이 많아지기를 바라며


16-08-25 09:22





뜨겁고 후텁지근한 긴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무더위는 쉽게 감정을 상하게 하고 짜증이 나게 한다. 그러나 짜증을 낸다고 해도 덥지 않은 것도 아니고 짜증을 내면 열이 나서 더 짜증스러워진다. 여름이 더운 건 당연하다. 연일 뉴스에서는 최고의 무더위가 계속 되고 있다며 호들갑스럽게 떠들고 있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덥다. 그러나 무더위가 우리를 근원적으로 불행하게 할 수는 없다. 너무 시끄럽게 더위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마치 난리라도 난 것처럼 떠드는 것이 더 문제다. 우리나라는 안 좋은 현상이 있으면 각 방송사들이 너무 앞다투어 더욱 더 강렬하게 뉴스거리를 만든다. 그리고 너무 부정적으로 묘사한다.  

 

사실 좀더 이슈가 되었으면 하는 것은, 자살을 막으려는 외침들이다. 자살을 막기 위한 노력들이 더 많이 방송에서 거론되기를 바란다. 자살의 원인과 자살의 예방과 자살하지 않게 하려는 수많은 방법들이 자연스럽게 논의되는 방송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자살률 1위인 나라에서 먹는 방송(먹방)이 각 방송사마다 경쟁하듯이 난무하는데 자살을 막기 위한 내용은 볼 수가 없다.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까, 어떻게 하면 맛있는 곳을 잘 알고 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살찌지 않고 맘껏 먹을 수 있을까, 몸에 좋은 음식들은 어떤 것일까....  이런 내용들이 매일 공중파와 케이블에서 방영된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정작 “죽는 사람”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이상한 현상들... 

 

어쩌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는 하기도 힘들고 듣기도 힘들어 회피하는 데 너무 익숙한 우리들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냥 빨리 잊어버려라”고 쉽게 말한다. 자신도 잊고 싶은 힘든 일이 너무 많아 다른 사람의 힘든 모습을 보기 힘들어 하기 때문이다.  

 

“빨리 잊어버려!”라는 말이 얼마나 비인간적이며 비치유적인 말인지 알아야 한다. 상처의 기억은 치유되기 전에는 결코 잊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빨리 잊지 못하는 자신을 찌질하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자기혐오감에 빠져들게 한다. 그래서 이 말은 잔인한 말이다.  

 

정말 절실하게 떠들어야 할 ‘자살’ 이야기들, ‘자살을 막자’는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모든 방송사마다 앞다투어 방송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야 일반 사람들이 조금은 인식하고 주위에 자살하려는 사람들을 눈치채고 도와줄 수 있다.  

 

미디어의 힘은 대단하다. 한번 방송에 수 십 만명의 사람에게들에게 깨우침을 주고 위로를 줄 수 있다. 여름이니까 당연히 더운 날씨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시간에, 지금 이 시간에도 죽음을 선택할 만큼 절망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자살이 남의 이야기라고 무관심하게 반응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며칠 전에는 서울 노원구의 한 학원 화장실에서 초등학생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 되었는데 이 초등학생은 이제 겨우 열 두 살이었다. 무슨 이유에서 자살했는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작은 아이가 무슨 고뇌가 그토록 많아서 스스로 죽어야 했을까.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심각하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한 해에 수 백 명의 청소년들이 자살하고 있다. 최근에는 초등학생들의 자살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에서는 지난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등학생 나이의 아이가 641명이라고 했다. 매년 수십 명의 어린 아이들이 스스로 세상을 버렸다. 

 

작년에도 평소 가족관계 안에서의 고통을 겪던 강남의 한 초등학생이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강북의 한 초등학생은 목을 매 숨졌다. 인천에서는 부모에게 혼이 난 초등학생이 빌딩 옥상에서 몸을 던지기도 했다.  

 

그 아이들은 거의 대부분 서서히 진행되어 중증이 된 우울증을 앓고 있었을 것이다. 부모의 세심한 보살핌이 있었다면 그런 충동적이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환경에서 오는 상처받은 감정이 마음속에 쌓이고 쌓이면 아이들에게도 중증의 우울증이 생긴다.  

 

처음에는 약하게 생겼겠지만 환경과 부모의 양육태도에 아무런 개선이 없다면 중중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방치된 아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그 조금만 아이들이 무슨 용기가 있어서 죽는단 말인가. 용기가 아니라 병적인 상태에서 정신없이 그렇게 하는 것이다.  

 

아동기 아이들은 다른 연령에 비해 주변 환경의 영향에 더욱 취약하다. 나이가 어릴수록 우울감을 느끼게 되었을 때 감정 제어가 안 되고 더 큰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아동기 아이들의 자살은 평소 우울감을 보이지 않았거나 학교 생활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아이들에게서도 상당수 발생한다.  

 

아동기 청소년기 아이들은 주로 가면우울증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부모가 우울증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수시로 대화를 하면서 힘들어 하는 고민이 없는지를 이야기하게 해야 한다.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방송계에서도 다른 무엇보다도 자살을 막으려는 방안을 모색하고 계속적으로 떠들어 주었으면 한다. 하나씩 사건이 터질 때만 잠깐 알려주고나서 또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먹방에 묻혀버릴 것이 아니라 자살에 대한 대안을 다루어주었으면 한다. 온난화로 지구가 뜨겁다는 이야기도 해야겠지만 지금, 여기에서 더욱 중요한 현실의 자살 문제를 더 중요하게 다루어주었으면 한다.  

 

자살 이후 유가족에 대한 대책은 소리없이 조용히 이루어져야 한다. 자살시도자가 유가족 대책이 잘 되어 있는 것을 먼저 알게 된다면 별 죄책감도 없이 더 편하게 죽을 수도 있지 않을까. 너무 답답하고 가슴 아프다.  

 

자살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되면 주위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자살하는 사람들을 외면하고 회피하지 않는다면 자살에 대한 구체적인 더 좋은 대안들이 나올 것이다. 탁상공론 같은 이야기만 하면서 먹는 재미만 찾는 사회가 아니라, 죽어가는 사람들을 돌보고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주는 사회가 되기를 안타까운 심정으로 또다시 말하게 된다.   

 

- 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 http://www.kclatc.com

- 강선영의 힐링카페 : http://cafe.wowccm.net

 

 

<허다빈 기자 news@purpress.co.kr - ⓒ e뉴스페이퍼.,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

생활/문화 목록

▲사진=마티네콘서트 낮을 그리는 클래식 ‘#1. 빈센트 반 고흐’ 포스터 / 도슨트 이서준영등포문화재단(대표이사 이건왕)이 영등포아트홀 신규 기획공연 프로그램 ‘…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대표이사 최정숙, 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가 차세대 K-컬처 주자를 육성하는 ‘KNSO국제아카데미’(이하 아카데미) 4기를 운영한다.국립심포…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이하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예술분야 (예비)창업가를 위한 자금조달 교육 ‘Arts Start-UP!’’에 참여할 예술기업 및…
싱어송라이터 프로듀서 뎁트(Dept)가 오는 20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소재 ‘무신사 개러지’에서 첫 단독콘서트 ‘We Make a New Culture’를 …
▲사진자료=대나무박물관 전시실 내 구축된 실감콘텐츠 / 죽녹원 아트센터 전시실 내 구축된 실감콘텐츠.(재)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원장 이인용, 이하 진흥원)은 담양…
캐릭터 애니메이션 기획, 개발, 마케팅 전문기업 우쏘(대표 김종세)는 지난 4월 8일 중국 심천에서 열린 ‘2024 심천 국제라이선싱 박람회’에서 중국의 유아동 …
‘재밌는 불교’를 주제로 서울 무역전시컨벤션센터에서 펼쳐지는 대국민 불교문화축제 ‘2024서울국제불교박람회’가 개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한국불교와 전통문화를 모…
‘제1회 추도 섬 영화제’가 오는 5월 17일부터 19일까지 통영시 추도 야외극장 및 추도 일원에서 개최된다.이번 제1회 추도 섬 영화제에서는 복효근 시인의 ‘섬…
Traditional K-POP의 선두주자인 경기민요 소리꾼 이희문이 오는 5월 30일부터 6월 2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신작 쏭폼스토리즈Ⅱ ‘강남무지개…
서울 소재 극단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축제가 펼쳐진다. '2024 대한민국연극제' 서울예선이 그 무대다.1차 선발을 거친 7개 작품이 경연을 펼친다…
첼리스트 김효정이 3월 27일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독주회를 개최한다.김효정은 ‘첼로TV’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젊은 음악인이다. 선화예중, 서울예고를…
▲사진제공=쇼메이커스프로스웨덴 출신의 메탈밴드 아치 에너미(Arch Enemy)가 오는 4월 24일 홍대 무신사 개러지홀에서 내한공연을 개최한다.아치 에너미(Ar…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대표이사 최정숙, 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가 3월 15일까지 진행하는 ‘청년 교육단원 통합 공모’에 참여한다.‘청년 교육단원 통합 공모’는 …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대표이사 최정숙, 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는 ‘라벨, 두 개의 피아노 협주곡’을 3월 9일(토) 롯데콘서트홀에 올린다. 이번 공연은 ‘신(神…
디지털 디자인 산업을 선도하는 디스트릭트가 제작한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아르떼뮤지엄’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2월 19일(현지시각) 정식 개관한다.…
스타북스가 도서 ‘이바라기 노리코 시집’ 개정판을 출간했다.“‘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 나라는 전쟁에서 졌다 /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라디오에서는 재즈가 넘쳤다’…
구상과 비구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물과 풍경의 진솔한 작품과 강열한 붓터치의 추상작품으로 사랑받는 서양화가 박태광 작가는 2024년 2월 7일(수) ~ 2월 19…
데뷔 이후 35주년을 맞고 있는 한국 헤비메탈 밴드의 상징 ‘블랙홀’이 2월 17일(토) 수원시 남문에 위치한 로데오 아트홀에서 2024시즌 두 번째 콘서트를 개…
▲사진=크리에이터 콜라보레이션 담요 / 출처: 팬트리ㅋ리에이터-팬 플랫폼 팬트리 (대표 : 백승재)는 디지털 드로잉 일러스트레이터 ‘코유’, ‘펑키스네일’ 두 작…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대표이사 최정숙, 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는 실내악 시리즈 ‘반 고흐 작품으로 만나는 19, 20세기 음악가들’을 2월 29일(목) 예술의전…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가 참다운 삶의 가치를 내세운 ‘Blissful Mind-블리스풀 마인드’-‘삶을 레벨업 시키는 지혜’를 도서출판 더로드에서 펴냈다…
‘창작의 자유를 향하여’를 모토로 관객들에게 감동과 추억을 선사할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써니웍스가 제작하는 어른들의 현실 동화 판타지 연극 &…
영등포구청(구청장 최호권)과 영등포문화재단(대표 이건왕)은 지난 1월 24일부터 2월 4일까지 문래동의 STATION Y에서 예술과 기술이 결합된 실험적인 작품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이하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정병국, 이하 예술위)가 함께 운영하는 인문정신문화 온라인서비스(인문360°, 이하 인문36…
크라잉넛 한경록이 <2024 경록절 로큰롤파라다이스>를 5일 동안 개최한다. 날짜는 1월 30일과 이후 2월 11일~14일까지다.올해로 데뷔 29주년을…
▲사진=클래스 1기 수강생 발표회 <최나경의 작은 음악회> 에 참석한 최나경 / 출처: 최나경 인스타그램글로벌 크리에이터 - 팬 플랫폼 팬트리(대표 :…
아티스트 플랫폼 픽토리움(대표 손성익)은 이정교 작가와 NFT 작가 그룹 ℃ (도 씨) 협업 프로젝트 전시 '범이 내려온다'를 오는 29일까지 선 아트 갤러리(서…


많이본뉴스 TV연예 l 사회 목록

KBS1 '전국노래자랑' 대전 대덕구 편, ‘트롯 대세’ 마이…
'#윈터일상' 윈터의 일상생활 공개! 싱그러운 토레타! 광고…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온라인에서 심은 나무 실제 숲으로 조성
LG생활건강-대한적십자사, 학교폭력 예방교육 실시, 6년째 1…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 시청각장애인 자립지원 체험홈 ‘헬…
배우 박보검, 어두운 밤에도 훈훈한 공항패션 눈길… 일상이 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2024 KNSO국제아카데미 본격 출항
한국사회투자, 오는 25일 기부펀드 세미나… ”기부를 통한 임…
채널S ‘다시갈지도’ 이유진, “여자친구랑 호주 가고파” 없는…
MBC '나 혼자 산다' 코드 쿤스트, '실전 스타' 김대호 …
e뉴스페이퍼에 게재된 콘텐츠의 무단 전재/복사/배포 행위는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위반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e뉴스페이퍼 / 등록번호 : 서울,아02045 / 등록일자 : 2012년 3월 27일 / 이메일 : news@purpress.co.kr
제호 : e뉴스페이퍼 / 발행인 : 허다빈 / 편집인 : 허다빈
발행소(주소) :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로6길 17 /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44-36 15F
발행일자 : 2012년 3월 27일 / 주사무소 또는 발행소 전화번호 : 02)785-4018 / 청소년보호책임자 : 허다빈
Copyright ⓒ e뉴스페이퍼. All rights reserved